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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아내에 대한 일기

D+13일(05.03) 집에 언제가? 집에 가고 싶다.

by 뚝밑아이 2017. 5. 4.

 

부처님오신 날에는 꼭 인근 사찰을 가서 점심공양을 하였는데. 오늘은 누워 있다.

11:20에 도착하여 조금만 기다리다, 그것도 사위 먼저 들여보냈다. 15분쯤 기다리다, 들여다보려니 금서방이 나왔다. 감염이 되어 병상을 옮겼단다. 오른쪽 맨 안쪽에 독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일반병실로 옮긴다더니 독방으로 옮겼다. 더 위중해진 것은 아닐까? 걱정할까봐 간호사는 그리 심각한 감염은 아니라고 하지만 딸이 찍은 모니터 사진에는 의심스런 부분도 보인다. 보안상 사진은 올리지 못한다. 그것을 알고 보니 기운이 더 없어 보인다.

내가 들어간 후, 기적수를 주기 위해 기도를 하게 하였다. 성호를 긋고 기도를 했다.

 

조금 하다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설아가 끝난 것이냐고 물으니, 목소리를 조금 높여  설아의 손을 꼭 잡은 기도를 계속 했다.

 

 

기도를 마치고, 기적수를 두 방울 떨어뜨렸다. 어서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물을 조금 주려니 빨대를 빨 힘도 없나보다. 조금 빨다가 목이 아프다고 한다. 그리고 차가운 물이 싫단다. 더운 물을 가져온다는 것이 설아가 아침에 성당을 다녀오는 바람에 깜빡 잊었다. 물을 넘기기도 힘드니, 언제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감염이 되었다니 주무르거나 만지기도 겁이 난다.

외숙모 잘 계시지?”계시대.”외숙모님 모시고 신원사에 갔던 일이 있었는데 생각이 있는지...

외숙모 걱정은 이틀이 멀다하고 꼭 한다. 어렸을 적부터 남달리 지냈던 분을 이 상황에도 잊지 못하고 안부를 묻는다. 곁으로 모셔놓고 더 보살펴드리지 못하고 누워있는 처지가 안타까워서 자꾸 묻는가 싶다. 부모 이상으로 정이 깊은 사이다. 어느덧 시간이 다 되었다.

있다 또 올게.” 묶어놓은 손을 들어 손바닥이 보이게 흔들어준다.

 

 

저녁엔 20:10에 도착했다. 처형이 오셔서, 같이 들어갔다. 가래에 세균이 검출되어 격리시켜 놓았다고 방을 다시 일러주었다. 그리고 뒤따라 들어갔다. 손발이 바짝 묶여 있었다. 그것을 간호사에게 건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머리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아프단다. 묶여있었기 때문에 아픈 것이었다. 풀어놓으니 좀 괜찮아 했다.

낮에는 침울하여 옆에서 보기도 우울했었는데, 기분이 좀 나아진 듯하여, 덩달아 나도 풀렸다.

그리고 집에 언제 가느냐?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처형이 사실 이야기를 꺼내서, 어쩔 수 없이 저 지난 목요일 아침에 쓰러져서 뇌출혈이 왔었다고 말해버렸다.

자기 죽을 뻔하다, 살아난 거야. 치료를 더 받아야 한대.” 그런데, 의외로 담담하게 듣고 있었다. 처형도 임서방 때문에 살아난 것이라고, 거들어 주셨다. 사실 이렇게 된 책임이 없는 게 아닌데…….

애들을 찾는다. “병실에 두 명만 들어올 수 있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나가서 들어오라고 할게.” 그리고 설아와 교대를 했다.

밖으로 나가니 잠시 후 처형도 나와 재원이와 교대를 했다. 10분 남겨놓고 재원이가 나와 교대를 했다. 또 헤어져야할 시간이 다가온다. 처제가 사전선거 관리위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여 사흘 동안 못 온다고 전했다.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이다.

설아가 오늘 성당에 갔다고 자랑을 했다. 엄마의 쾌유를 빌기 위해 미사를 드렸다 고했. 잘했다고 한. 따뜻한 물 가져왔느냐고 물으니 물을 먹이지 마란다. 변이 묽어서 지렸단다. 그래서 발뒤꿈치에 묻었단다. 그래서 발을 꼭 묶어놓은 것이란다. 설아가 발뒤꿈치를 열심히 닦았다. 

이런 저런 많은 얘기를 하니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관리인이 시간 다 되었습니다. 하고 지나간다. 팔과 다리를 느슨하게 묶어놓고, 집에 가고 싶다는 사람과 작별을 한다. 손을 꼭 쥐고 내일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