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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아내에 대한 일기

D+10일(04.30) “참! 다육이 물도 주어야 할 텐데?”

by 뚝밑아이 2017. 5. 1.

 

천천히 가서 11:10에 도착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들어갔다. 부르니 바로 눈을 떴다. 자꾸만 게슴츠레 눈을 감으려고 한다. 눈을 감으면 저절로 졸리게 마련인데 눈을 떠보라고 일렀다.

오늘은 머리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다. 외숙모님 안부를 묻는다. 외숙모님 오시라고 가까이 모셔놓고, 걱정되는 모양이다. 경환이 안부를 묻는다. 난 어제 온 작은 동생 주환 인줄 알고, “어제 올케랑 같이 왔었잖아.” 요즈음 잘 지낸대?”이런 곳에 혼자 안 보낸대, 그래서 꼭 따라 다닌대.” 그래?”

나중에 나오면서 재원이가 경환이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때야 내가 착각하고, 주환이 얘기를 들려준 걸 알았다. 나도 정신 잘 차려야겠다.

그런데 비몽사몽간에 과거와 현재를 다니는 모양이다. 세상 뜬지 20년도 넘은 경환이 안부를 묻다니…….

우릴 찾아와 못보고 가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므로 밖을 가끔 내다보았다.

어제 상가에 갔던 이야기도 해 주었다. 부부가 해로하다가 하루사이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긴데, 이 상황에 돌아가신 이야기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괜히 이야기 했나 싶었다.

16;00이다. 집에서 컴퓨터로 시진을 만지다 집사람 생각이 났다.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잠을 청하다 간호사의 저지를 받지나 않을까?

무슨 생각을 할까?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녁방문 시간이다. 15분전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15분도 너무 길다.

지금이 몇 시야?” 들어가자마자 시간을 물었다. “8시 반이야. 그래서 면회 왔잖아?”

오늘이 며칠이지?” “430일이야. 4월 마지막 날이야. 날짜는 왜 물어?” 그냥.”

수녀님이 기적수 주고 가셨어. 신부님 오신 거 알고 있지?”

어느 수녀님?”그건 나도 모르지.” 빨리 전화기를 뒤져 찾아보았다. 25일이었다.

신부님 25일에 오셨네. 그리고 같이 오신 수녀님이 주고 가셨는데 기도할 때마다 몇 방울씩 주라고 하셨어.”

기도 해. 그래야 기적수를 먹을 수 있대.” 성호를 긋더니 중얼거렸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도막도막 들을 수 있겠다. 빨리 일어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에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말이 들린 듯하다. 입을 벌리고 기적수를 세 방울 떨어뜨려 주었다.

오빠는 안와?”벌써 왔다 갔지. 오지 않을 분이야?” 외사촌 오빠의 방문 기억을 잊은 모양이다. 일주일이 지났으니, 집사람 상황에 잊는 게 당연하다. 외숙모님은?” 서울에 잘 계신대. 걱정하지 마.” 우환 중에 외숙모님 걱정을 한다.

 

! 다육이 물도 주어야 할 텐데?”다육이? 내가 잘 몰라서, 어제 물 다 주었어. 별 걱정을 다하네.” 그래? 잘했네.”

잠시 후 다시 "나는 언제 집에가?”더 치료해야 한대. 아직 멀었어. (자기 줄을 뻔 했어.)” 괄호 안의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집에 가고 싶다.”그래, 빨리 나아서 가자.” 오늘은 비교적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내일 다시 올게. 손 좀 잡아줘.” 약하지만 손을 꼬옥 쥐었다. 논산에 가는 거야? 천천히 .” 재원이에게 다시 전달했다.

엄마가 천천히 잘 가래.” 낮에는 괜찮은데, 밤에는 옆의 자리에서 긴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