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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아내에 대한 일기

D+11일(05.01)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간절히 기도드리오니...

by 뚝밑아이 2017. 5. 2.

 

오늘은 윤여길 선배님이 가신다고 하셨다. 그분은 나하고도 고교 선후배관계이기도 하지만, 성당에서 집사람과 인연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모시고 가야 할 처지다

10:30에 댁 앞으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어젯밤 주차를 도서관에 했기 때문에 20분에 출발했다. 30분에 만나 모시고 갔다. 병원에 11:10 도착했다.

처음 오시는 분이라 면회 절차를 말씀드리고, 마스크도 드렸다. 그리고 같이 들어갔다. 다행이 깨어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몸의 차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잠시 후 선배님께서 기도를 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집사람과 같이 성호를 긋고 선배님께서 기도하셨다. 나는 신자가 아니고 작은 소리로 기도를 하시기 때문에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끝나고 아멘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성호를 긋고 기도를 마쳤다.

들을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고, 움직일 수도 있다. 그리고 기도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확인 하시고, 조금 여담을 하시다 재원이와 교대를 하셨다. 종료 시까지 의자에 앉아 계시라고 했다.

머리 아픈 것도 참을만 하단다. 외사촌 오빠 오셨냐고 다시 물었다. 어제 이야기 해 주었는데, 다시 이야기 했다. 기억력이 많이 상했나보다. 그리고 시간 개념이 없어진 듯하다. 오늘이 며칠이야?” “51일 노동절이야.” 설아는?” 윤재 백일사진 찍으러 갔어. 어제 찍으려다, 윤재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 찍고, 이따 저녁때 온대.” 너무 길게 이야기 했나? 싶다.

종일 무슨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치료실엔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없고, 정상인도 누워 천장만 보고 있으면 그리될 것 같았다.

시간이 되어 나왔지만 기적수를 주지 않고 나왔다. 오늘 저녁에 가서는 오전의 것까지 꼭 주고 와야겠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집사람이 언제 집에 오게 될지 몰라 방안의 자리는 그대로 보존시켜 놓았다. 그리고 오늘 집안 대청소를 했다. 청소기로 빨아대고, 걸레로 닦고, 물수건으로 정리했다. 이제 안주인이 오는 것만 남았다. 빨리 와야 할 텐데…….

 

 

 

저녁식사를 하려다가 설아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출발했니?” 아빠! 벌써 논산에 다 왔어. 우리아파트 보이네. 5분 내로 도착할거야.” 아들과 식사를 하려다 깜짝 놀라 2인분을 더 차렸다.

10분쯤 뒤에 도착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윤재사진이 담긴 CD를 주면서 보시라고 한다. 전문가가 찍은 사진이다. 111장이나 되는 사진을 훑어보고 E드라이브에 저장하였다. 식사부터 하고 차근차근 보도록 하자.

식사 후 19:30에 출발하자고 했지만, 어찌하40분에 출발했다. 20:20에 도착했다. 준비를 하고 30분에 들어갔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머리에 씌웠던 하얀 그물망도 걷었다. 머리가 제법 검게 자랐다. 딸이 다가왔다.

낮에 빠뜨린 기적수를 주기 위해 기도를 시켰더니, 손을 올려 성호긋기부터 하고, 기도를 시작한다. 자신을 비롯한 가족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여러 번 반복하여 기도문을 중얼거린다. 언니, 동생들과 외숙모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말도 빼놓지 않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짝을 좀 찾아주시고, 어린 손자가 건강하고 순수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중얼거린다. 무언가에 대해 감사하다고도 했는데 정확히 들리지는 않았다. 끝으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간절히 기도드리오니 제 기도가 헛되지 않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간절히라는 표현을 두 번 씩이나 하는 모습이 말 그대로 간절하게 느껴졌다. 기도를 저렇게 길고도 또박또박 하는 걸 보니 그동안 얼마나 기도를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해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신이 멀쩡한 것처럼 보였다. 내일부터 자주 시켜야 하겠다.

그리고 지난 뒤에 그 장면을 촬영할 생각을 못했을까? 후회를 해 보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었다.

금서방을 들여보냈는데 손을 잡아보고 유난히 따뜻하다고 이야기 했단다. 무슨 애기를 했는지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처제와도 오랫동안 이야기 했다. 오늘의 면회는 정상인에 가까워오는 여러 가지 징조를 느끼는 모임이었다.

오면서 들은 간호사들의 이야기 내일 환자들이 올라가면 많이 비겠네?”로 보아 환자의 이동이 있을 듯하다.

집사람도 내일 의사 회진 시에 거취를 상의하게 될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