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아가 병실에서 자고 있다. 자고 있다는 말은 밤새 병간호를 한다는 말이다.
아침에 미사에 참석하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01:30경에 잠이 들어 04:48에 깨어서 잠을 더 이상 이루지 못하고 설아차를 타기 위해서 네비게이션 업그레이드를 하였다. 금서방의 도움을 받느라 금서방의 잠도 설쳤다. 10시 미사에 참석하려면 09:00까지 식사를 해야 한단다. 부랴부랴 식사를 마치고, 옷을 입고, 사전투표장으로 갔다. 다행이 줄이 없어 이내 투표를 마치고 성당으로 갔다. 40분에 도착했는데 50분에 만나기로 한 전선생님이 나와 계시다. 옆에 윤여길 선배님도 같이 계시다. 내가 미사에 나온다니, 연락하여 기다리고 있는 중인 것으로 사료된다.
어쨌든 난생 첫 번째 미사에 참석한 것이다. 신부님 말씀 중에 류기환 프란체스카님의 쾌유를 빈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렇게 어색한 30분이 지나고, 어리벙벙한 상태로 운전을 하여 익산으로 향했다. 10:35였다. 시간약속은 하지 않았고 구속력은 없지만, 고생하는 설아를 빨리 교대해주고 싶었다. 주유게이지를 보니 잔 여량이 78km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자주 다니는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면 되겠구나!’ 생각하고 달렸다.
그런데 익산에 가까워진 뒤에 게이지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잔여 량이 -_-km로 나오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에 기름이 덜어졌다는 메시지가 뜰지 모르는 상태였다. 원광대병원으로 좌회전해야 하는데 그쪽에서 주유소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우회전을 했다 조금 가다가 주유소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셀프주유소였다. 셀프주유는 해 본적이 한번 있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그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행이 안내를 하는 직원이 있었다. 안내를 받아 주유를 했다. 금액 정액으로 주유를 하면 쉬울 텐데 나의 습관상 가득채우기 로 했다. 12만원 결재, 12만원 취소, 7만6천원 결재로 나왔다. 기름을 넣다보니 옆에 세차장도 있었다. 물어보니 2,000원이란다. ‘기름이 싼 대신 세차서비스는 없군!’ 생각했더니, 세차를 정성스럽게 해 주었다. 2,000의 가치는 충분했다. 세차를 하는 동안 설아에게 10분 내로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천천히 오시란다. 세차장을 나와 100m 정도를 가니 유턴장소가 보여 시행했다. 그리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11:25였다. 그런데 설아가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여러 잔무를 처리했다.
하루 묵은 보따리 챙기기, 아빠에게 인계하기 전의 일, 아점 식사하기 등, 할 일이 많다. 완전무결하게 처리하고 떠나려는 것이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떠나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13:30부터 집사람은 내차지가 되었다. 내차지란 말은 내 책임 하에 돌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엔 30여분 동안 잠을 잤다. 간호사는 잠자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럴듯한 말로 여겨져 집사람을 깨웠다. 그런데 무릎이 아프다. 발목이 아프다. 소변을 보아야겠다. 등 정신이 없다.
명희 시동생, 영순이 시누이동생, 종택이 외사촌에 대하여 물었다. 내가 안 알렸어. 저 살기도 바쁜 애들이고, 종택이 외사촌도 우환이 심하고 하여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모두 알릴까?” “사는 게 뭐 이래?” “내가 이리 되었는데, 마음 아파할 사람이 누구야?” 원망스런 말이다. 나도 할 말을 잃었다. “우리 가족들 모두 마음 아프지!?” 이 말은 혼잣말이다. 뱉지는 못했다.
틈만 있으면 발목을 주무른다. 세게 주물러도 아프단다. 진통제 주사도 처방했지만 진통제 약을 먹자고 한다. 참아 아픈 게 정상이야. 참아야 해. 몸이 상해도 아프지 않으면 그게 더 무서운 거야.
나도 등이 아프고, 목이 당긴다. 제일로 피곤하다. 오늘은 일찍 자고 싶다.
18시 까지 오기로 한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집사람에게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다. 슬그머니 화도 났지만 화를 낼 처지가 아니다. 설아가 움직이려면 여러 가지 챙겨야할 것이 많다. 그래서 좀 늦어지는 것을…….
간병인은 17:50에 왔다. 현황 파악을 위해 먼저 왔다는 이야기다. 직업의식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여겨졌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일터에 저렇게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집사람을 돌보아줄 사람으로 마음에 꼭 든다.
18:10경에 대환이 사촌 목사님 내외가 왔다. 평소에 집사람이 끔찍하게 생각하던 동생이다. 지하실 교회에서 신자가 없어 어렵게 사는 목사님이다. 목사님은 집사람의 다리를 주물러 주더니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기도를 했다. 손을 집사람의 머리에 대고 침묵으로 기도를 했다. 가끔 힘든 듯 거친 숨을 내쉬었다. 10분가량 기도를 끝냈다. 집사람은 지갑을 달랜다. 지갑을 찾아보니 가방을 설아가 가지고 나갔다. 그러더니 나보고 돈을 꺼내라한다. 돈을 꺼냈더니 목사님에게 쥐어주었다. 가난한 목사님께 헌금을 한 것이다. 목사님도 고맙다고 하시며 받았다. 잠시후 목사님 내외가 돌아갔다. 배웅을 하러 나갔더니 사모님이 봉투를 내미셨다. 사양을 했더니 “저희도 사양하지 않고 받았잖아요!?” 하면서 주셨다. 나도 더 이상 사양할 수 없었다.
18;30경 배웅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재원이와 처형을 만났다. 목사님 내외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가시고 오시는 곳에서 길게 이야기 할 수 없고, 식사를 하러 나간다고 가셨다.
혼자 병상을 지키다가 참 반가웠다. 간병사를 인사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집사람이 소변을 보고 싶다고 하여 휠체어를 가져와 옮겨 태워서 화장실로 갔다. 소변만 보고, 다시 휠체어에 태우려다 내가 지그시 넘어질 뻔 했다. 처형이 깜짝 놀라며, 간병은 힘으로만 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말해 무엇 하리오. 맞는 말이다.
조금 있다 윤재도 온다고 했는데 휠체어에 그냥 앉아 있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으니 피곤하다는 것이다. 잠시 침대에 눕히고 기다려야 했다. 휠체어에 태우고 내리는 일이 복잡했다. 수액을 위시한 부속 재료가 많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에 설아가 도착했다. 힘들지만 윤재를 만나봐야 하니 휠체어를 다시 타자고 집사람을 설득하여 다시 탔다. 그리고 복도로 나와 휴게실로 갔다. 그때 윤재가 나타났다. 윤재를 보고 웃는 낯으로 불러도 보고, 하였다. 고통 중에도 손자가 귀여운 모양이다. 윤재도 자다 일어나서, 모습이 변한 할머니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만 있다.
그렇게 손주도 보고 다시 침상에 눕혔다. 발목이 심하게 아프단다. 처형이 류목사님과 같이 가겠노라고 먼저 나섰다. 우리 집에 오셔서 반찬을 만들어 놓고 병원까지 오신 것이었다. 처형이 가시고 다시 들어왔다.
요양활동 중에서도 호흡기관 소독활동을 싫어한다. 참 재미없다면서, 하기야 기계소리가 기분 나쁘다. 간병사에게 사용법을 가르쳐주니 간병사가 실제로 한번 해 보잔다.
역시 집사람은 싫어하는 눈치다. 그래도 시간을 두고 한 번씩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득을 했다. 어쩔 수 없이 하면서도 “아이, 재미없어.” 20:00이 되어 가려고 인사를 했다. 간병사에게 맡기고 오려니 발길이 옮겨지지 않았다. 설아도, 재원이도, 나도 망설였다.
내가 먼저 “여보 내일 또 올게.” 대답이 없었지만 인사를 하고나왔다. 아이들이 나오지 않는다. 다시 들어갔다가 아이들이 작별을 하고 나중에 다시 작별인사를 했다. “여보 내일 다시 올게.” “응.”
먼저 나간 사촌 류대환 목사 차가 고장이 나서 견인해 갔단다. 일행 세 분을 대전까지 모셔야할 처지에 놓여있다. 재원이가 빨리 판단을 하고 이리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설아차를 타고 오란다. 출구 앞에서 기다려 금서방이 운전하는 설아차를 타고 왔다.
재원이는 언젠가도 처형을 유성까지 모셔다드리고 온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같은 일이 생겼다. 23:30이 되어 도착했다. 우리보다 시간 반이나 늦었다. “애썼다. 그런데 왜 이리 늦은 거니?” 주차장이 없어서, 도서관에 대고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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