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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아내에 대한 일기

D+12일(05.02) “자식들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by 뚝밑아이 2017. 5. 2.

 

오늘은 먼지데이터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인테넷을 찾아보니 보통이나 오존농도가 높단다. 오존농도는 마스크도 소용이 없단다. 바깥출입을 않는 것이…….

오늘은 11:10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되어 내가 먼저 들어갔다. 안자고 눈을 뜨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몸은 어떠냐고 물었다. 머리가 조금 아프단다.

설아가 들어와 인사를 나누었다. 역시 머리 아프지 않느냐고 여쭙는다. 머리가 아프단다. 목마르지는 않느냐고 여쭙고, 목마르지 않다는데, 물을 준비하였다. 컵에 물을 따르고 굽은 빨대를 꼽아 입에 물려주었다. 시원스럽게 빨지 못하지만 한 모금 마시는데 눈살을 찌푸린다. 목구멍이 아프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빨대를 빼고 컵을 입에 대고 조금 부었다. 한 번에 삼키지 못하고 두어 번 삼켰다. 역시 고통스런 얼굴이다. 물도 마음껏 먹지 못하면 언제 음식물을 먹을 수 있을까?

기적수를 마시려면, 기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기도를 시켰다. 성호 그리는 것을 찍으려고 했는데 타임을 놓쳤다. 설아와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하였다. 끝나고 성호 긋기를 기다렸는데 생략했다. 1분쯤 기도한 것 같다.

 

 

기적수를 두어 방울 떨어뜨렸다. “기적수 아직도 많이 남았어. 기도 많이 해야겠어.”

 

 

재원이와 교대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설아와 재원이가 양 옆에서 주물러 주니 흐믓한 모양이었다. 혼잣말로 자식들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라고 했단다. 현 상황을 아는 것일까?

일반병실은 목요일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간호사의 전언이다. 왜 이리 늦는 걸까?

 

저녁에 오면서 다음부터는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오늘은 20:20에 도착을 했다. 바로 등록을 하고 조금 기다리다 들어갔다.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을 깨울까 망설였는데. 딸이 와서 부르자 바로 눈을 떴다. 그리고 지금 몇 시?”저녁 8시 반이라 면회 온거야.” 오늘이 며칠이지?” “52일이야. 머리는 지금도 아파?” 그렇단다. 참을 만 할 것이다. 목마르냐고 물었는데 괜찮다고 한다. 간호사가 물을 먹다 사래가 들일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리를 주물러 주었더니 무릎이 아프단다. 너무 세게 주무른 모양이다.

나도 참 답답하다. 하루에 두 번, 그것도 30분밖에 만나지 못하는데, 할 얘기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는 핑계로 일찍 재원이와 교대를 하면서 5분 남겨놓고 교대하자고 했다. 5분전에 들어가서 팔을 주무르다 의자에 헐렁하게 묶어놓고는, 겨우 한다는 얘기는 내일 또 올게.” 집사람은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