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사가 집사람을 돌본지 12시간이 되어간다. 설아가 자기 방에서 나와 세수를 하고 나가려고 준비를 한다. 잠에서 깬 나를 보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다녀오마고 한다. 어제 간병사와 전화해 보았냐고 물으니 했는데 나의 뜻이 관철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나의 뜻은 19:00~다음날 07:00인 것을 20:00~다음날 08:00으로 하여 시작과 끝 시각을 한 시간 연기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후자가 우리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편리하였는데 그 사람은 다른 일정도 고려해야할 입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06:30에 출발했다.
그리고 재원이와 나는 11:30에 출발했다. 점심 식사에 틀니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칫솔을 같이 챙겨서 1시간 일찍 출발했다. 12:10에 병실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내려 병실로 가고 있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기도 하고, 재원이가 돌아서서 누가 왔다고 하여 뒤돌아보니, 강준만씨와 김점순씨다. 준만씨는 고교 후배시고, 점순씨는 집사람 발가둥이 친구다. 가시려다 내가 온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신 것이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설아가 아점 겸 식사를 하러 같이 내려갔다.
우린 병실로 들어와 집사람 화장실가기를 도왔다. 참, 오늘부터 화장실을 걸어갔단다. 옆에서 부축을 하고 지팡이를 겸하여 수액 거치대를 잡고, 천천히 걸었다. 참 감격스러워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 뻔하였다. 화장실에서 앉아 스스로 성인일회용 기저귀를 내리고 소변을 보았다. 나중에 지적을 받았지만, 양변기 안에 환자용 요강을 대고 소변 양을 측정 했어야 한단다. 그밖에 호흡기 치료와 점심식사 거들기, 물 먹이기, 약 먹이기 등 바쁘게 움직였다. 설아가 돌아올 시간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더니. 나중에 왔다. 식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 병실 물건을 구입하는 일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는 이야기다.
아침 일찍 06:30에 나와서 지금 13:00까지 간호했으면 피곤할 텐데 짱짱하다. 빨리 집에 가사 쉬게 하고 싶었지만, 나는 조금 전에 와서 서둘러 가려는, 밉상으로 보일 듯 하여 처지가 어렵다.
재원이만 남겨두고 집으로 와야 했다. “엄마가 설사를 해도 치워드릴 만하겠어?” 하고 설아가 물었다. “그럼 엄만데…….” 재원이도 비장함을 보여주었다. “그래 되었다.” 내가 재원이의 등을 두드렸다. 집사람이 자고 있다. “여보.” 하고 부르니 재원이가 깨우지 말고 그냥 가랜다.
우린 설아차 열쇠를 재원이에게 주고 그냥 나왔다. 돌아오면서 어제 설아가 돌아오면서 졸려서 혼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간호하러 다니다 사고라도 나면 더 큰일이다. 운전조심이라는 말이 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화요일 선거일에 집사람 친구들이 오기로 되어 있단다. 그땐 내가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15:00쯤 집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다 먹고 나니 금서방도 점심을 먹었다. “ 아직도 안 먹었었어? 같이 먹을 걸.”
설아는 이내 잠에 빠졌다. 딸로서 의무감에 연일 버티었지만, 피곤했던 모양이다.
“설아야! 고맙다.”
재원이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엄마는 어떠니?” “저녁식사시간인데 입맛이 없다 네요.” 가장 큰 당면한 걱정이 식사문제였다. 입맛을 찾아야 할 터인데!
“그래도 몇 수저라도 먹어야 할 텐데…….” “그래서 아까 보니 ‘엔요'란 건 한 병 다 먹는 것 같아 유제품을 사러 가는 거예요.” “그래? 간병인도 오시고, 너는 언제 오려고 하니?” “7시 반쯤 해서…….” “그래? 운전 조심하고…….”
19:25에 택배가 왔다. 생물이라는데 무얼까? 설아도 문 두드리는 소릴 듣고 깨어 일어났다. 택배를 받아보고 ‘주문한 게 없는데…….’ 하면서 살피더니 “오빠가 시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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