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원이가 윤재를 보고 설아 내외와 같이 10:35에 출발했다. 확실히 젊은 아이들이 운전을 잘 한다. 11:10에 집중치료실에 도착했다. 잠시 후 설아와 함께 병실에 들어갔다. 오늘은 정신이 들어 나를 맞이했다. 손발은 포박되어 있었지만, 정신은 맑아 보였다. 설아 내외랑 오고 재원이는 집에서 윤재를 돌보고 있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내 손을 꼭 쥐었다. 나도 손에 힘을 주어 잡았다. 설아는 의사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현 상황에서 많이 호전되고 있고, 집중치료실의 사정상 일반병실 이동을 고려하고 있다는 반가운 이야기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사위를 들여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처제내외가 도착했다. 사위가 지금 들어갔으니 준비하고 있다 나오거든 들어가 보라고 일렀다. 잠시 후 교대하여 들어갔다. 사위도 호전된 장모님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잠시 후 동서와 처제도 나왔다. 내가 다시 들어갔다. 목이마르다고 하여 간호사에게 이야기 했더니 설아가 대답했다. 금서방이 사러 갔다는 얘기다. 물을 조금씩 먹어도 된단다. 우선 거즈로 입을 축축이 적시고 기다렸다. 잠시 후 금서방이 물을 사왔다. 설아는 물을 컵에 따라 조금씩 세 모금을 주었다. 처음엔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안정을 찾고 목을 축였다. 이젠 물이지만 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머지않아 물 뿐만 아니라 밥도 먹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 여겨졌다. 정신도 많이 맑아진 듯하다. 얼굴도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는 듯한 모습이다.
의사의 말을 종합해 본다.
마지막까지 다시 더 조영술로 확인해 보겠지만, 혈관 파열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 드물지만, 일회성 출혈의 가능성도 버리지 않았으며, 이렇게 빨리 호전되어 정상을 찾아가는 사례가 드물다고, 희망적인 말을 해 주었다.
우리가 보아도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동서도 흔쾌한 느낌으로 우리와 헤어졌다.
돌라오는 길에 내일 설아 내외가 서울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가면서 안성에 들러 시부모님을 만나서 어버이날 이벤트를 미리 하고, 서울로 올라가 윤재 백일사진 예약 분을 찍고 온단다. 그리 하라고 흔쾌히 이야기하고 보니 집사람과의 37돌 결혼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처지에 놓여 있지만, 어떤 이벤트를 가져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오늘도 16:00에 저수지에 가 보려고 발코니에서 내려다보고 망설였다. 해가 안나오고 무엇보다 바람이 세게 불었다. 날씨는 어제가 참 좋았는데, 내일은 어쩌려나? 앞으로 한가로이 촬영을 나갈 기회가 없을 듯, 집사람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조금 나아졌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죄스러웠다. 그러면서도 내일이 기다려진다.
저녁을 18:30에 예약을 하고, 그 시각에 식사를 했다. 그리고 19:30에 출발을 하여 20:10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 들어갔더니 간호사가 "오셨네." 하며 반가와 했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는데 아까부터 기다렸단다. 눈도 크게 뜨고 미소띤 얼굴로 나를 맞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그동안에 했던 이야기들을 했다. 나는 집사람이라도 이야기를 더 잇기 어려워 딸을 들여보내고 밖으로 나와서 기다렸다. 종료10분 전에 다시 들어갈 요량이었다. 종료 10분전에 들어갔다. 아들이 전화기의 사진과 동영상, 메시지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손을 꼭 잡고 내일 오마고 작별을 했다. 손을 쥐어보랬더니, 손에 힘을 주었다. 집사람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나중에 들어서 안 일이지만 간호보조원을 데리고 한참동안 대화를 했단다. 아들 딸 자랑을 구체적으로 하고, 아들 중매 부탁까지, 수다를 떨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기억이 거의 다 돌아왔다는 이야기인가? 참 반가웠다.
여행사에 예약을 했다는데 여비를 계산하였는지 모르겠다. 집에 가서 조사해 보아야겠다.
설아가 카톡 방을 개설하고, 몇분께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설아에요.
그동안 궁금하실 때마다 매번 연락하시기도 번거롭고 부담스러우셨을 것 같아 앞으로 이 카톡 방에 특별한 내용이 생길 때마다 엄마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어제 마친 정밀검사결과 여전히 혈관파열지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의사말로는 드물지만 특별한 병변 없이 이렇게 단발성으로 출혈이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합니다. 일단 두 번이나 시행한 검사에서 발견이 되지 않았다는 건 재출혈 위험이 비교적 낮다고 볼 수는 있지만, 향후 합병증관리는 적어도 6개월까지 꾸준히 이루어져야할 거라고 합니다. 엄마의 의식상태도 당연히 더 호전되리라 믿지만 어느 정도의 손상은 감안해야 할 거라고 그 정도는 향후 1-2주내에 시행하는 MRI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을 거라고 하네요.
첫날 시술하셨던 수두증 치료용 관은 그제 CT 촬영 결과 호전을 보여, 제거를 한 상태구요, 출혈도 완벽하진 않지만 많이 흡수된 상태라고 하네요.
오늘 처음으로 물을 조금씩 드시기 시작하셨고, 기억력이나 기운은 아직까지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계시니 조만간 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으리라 믿어요.
엄마가 의식이 돌아 오시고부터 매번 고생하고 걱정해주시는 주변 분들을 더 걱정하세요. 어제 저녁에도 “(나 때문에) 다들 고생이 많네.”하셨구요.. 엄마를 대신해서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소식 전해 올리겠습니다.”
-설아 올림-
오늘의 발걸음은 참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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