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부터 37년 전 1980년 5월 4일이다. '장가 언제 들거냐'고 놀림을 받기만 하던 내가 장가를 든단다.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서른 셋은 만혼이었다.
2월까지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동료였다.
고등학교 은사님을 주례로 모셨다. 그런데 그리 멀리 사시지도 않는대, 자주 찾아뵙지도 못한다. 아주 고약한 제자를 두셨다.
신랑과 신부가 마주보고 인사 준비를 한다.
내빈께 인사를 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약속했다.
앞으로 대망의 행진을 할 것이다.
예식이 끝나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님이 외가의 어른 한분을 모셨다.
어머님은 이때까지만 해도 건강하셨지만, 그 후로 채 일년을 넘기지 못하셨다.
장인 영감도 그땐 정정하셨다. 장모님도 친어머님이 아니시다. 두분도 지금은 유명을 달리 하셨다.
이 모두를 보면 내가 죄가 많은 놈인가보다.
신혼여행을 불국사로 갔다. 교통편도 준바하지 못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
분국사 청운교 앞에서 나란히 섰다. 누구보고 찍어달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꼿 속에 파묻히니 꽃중의 꽃이 되었다.
나도 혼자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폼아 참 어색하다.
신혼여행이 부실한 생각이 들어, 그해 여름방학에 제주도에 갔다.
성산일출봉을 오르다가....
한라산 정상에 서서 백록담을 배경으로...
천지연폭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