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회에서 촬영회를 갈 때, 집사람을 홀로 두고 가기가 어려워 같이 가자고 했다.
지난번 봄에 다른방에서 따로 자다, 사고가 일어난 것이 자꾸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잠자는 방을 한개만 더 얻으면 되지만, 모임에서 경비를 따로 내게 하지도 않을것 같아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하지만 내내 걱정이 되었다.
무사히 다녀오고, 집사람도 무사히 지냈지만,
일요일 성당에서 또 "담석?쇼크"가 와서 동료들을 걱정하게 했다. 다행으로 바로 정상을 되찾았지만, 미사가 끝날 때까지 자꾸만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런데 일요일 점심땐 처형과 처제에게 내장산을 가자고 일을 꾸몄다. 그런데, 모두 바쁜 일이 있어서 성사되지 않았다.
저녁엔 나와 둘만 내일 내장사를 가잔다. 날씨가 월요일 밖에 없다고 나온다.
옛날부터 구경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성당에서 있었던 쇼크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난 어제 다녀왔는데? 그건 내가 다녀온 것이고, 자기는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도 맞는 말이다. 정읍행 열차표를 끊어놓고, 준비를 했다. 고구마도 찌고, 감과 사과도 준비 했다.
09:29발 열차를 타기 위해 30분 전에 출발했다. 차가 조금 연착하여 11:40에 정읍에 도착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내장사로 갔다. 그리고 내가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서 입구를 통과하는데 같이오는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통과시켰다. 나도 경로인줄 아는 모양이라고 집사람이 너털 웃음을 웃는다.
셔틀버스는 경로우대도 없었다 11:55에 셔틀 버스에서 내려 내가 백련암으로 가보자고 했다. 입구에 벽련암이라고 안내판이 있었다.
나는 무심코 백련암이라고 읽고 그리 기억하고 있었는데, 안내판엔 원래 내장사였고, 영은암이 내장사로 개창하면서 백련암으로 부르다가, 벽련암으로 바뀌었단다.
30여분 넘게 올라갔는데 드디어 암자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왼쪽으로 와보니 올라가는 계단이 여러개 있었다.
그리고 누각이 서 있는데 벽련선원(碧蓮禪院) 이란 현판이 붙어있다. 누각 밑으로 대웅전 현판이 보인다.
누각 밑으로 올라가니 대웅전이 보였다. 그 뒤로 서래봉도 보였다.
양쪽의 전각들과 대웅전을 한눈에 보이게 파노라마로 잡아 이었다.
앞의 벽련선원으로 올라가 들마루에 앉아 고구마 삶아온 것을 먹었다. 소위 물고구마라는 것이었다. 그걸 집사람의 가방에 넣고 메고 온 것이다. 감과 사과도 먹었다. 점심 요기가 되었다.
오른쪽으로 가 보니 연못이 있고, 연못 안에 커다란 바위가 있으며, 그 위에 부처를 모셔 놓았는데 아래의 안내판에서 보았던 연못이었다.
스님이 나와 명상에 잠겨 있었다.
내려오는 데는 20분이 걸렸다. 다시 내장사로 갔다. 한낮이라 분위기는 엊그제와 많이 달랐다.
내장사와 벽련암에 이와 같은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아랫둥치는 하나로 시작하여 위는 두 나무처럼 자랐다.
그러나 한나무인지, 두나무인지는 모르겠다. 설명도 되어있지 않다.
절집을 나오려는데 분수대가 있고 분수 아래 아기부처가 연꽃 좌대에 앉아계신데, 종일 분수를 맞고 계시다.
ISO 32를 놓고 F22으로 조이니 타임은 1초가 나왔다. 카메라를 벽에다 대고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집사람이 짱아치를 사려다 지갑이 안보인단다.
가방을 여기저기 다 뒤져보았지만 없었다. 앞이 캄캄했다. 어디에서 잃은 건지 도무지 알길이 없다. 비중이 있는 중요 물품을 잘 간직하지 못한 집사람을 원망했지만, 해결책은 아니었다.
집사람은 차분히 대책을 세웠다. 그리고 하나씩 해결하려고 나섰다.
우선 벽련암에서 요기를 하면서 흘렸을 것이라고 보고, 종무소에 가서 벽련암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해 보았다. 잠시후 연락이 왔지만 벽련선원 들마루엔 떨어져 있지 않았단다.
그럼 어찌한다. 시내버스를 탈때 카드를 꺼내기 위해 지갑을 꺼냈던 기억 밖에 없었다. 그럼 "만원버스에서?" 그런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어쩔 수 없이 셔틀버스를 타고 내장사에서 나와 터미널 근처 파출소를 찾았다. 분실물 신고를 하고, 찾았을 때를 가정하여 연락처를 두고 나왔다.
그리고 아들 재원이에게 전화하여 네 카드의 정지 신청을 하라고 일러 주었다. 기차 새마을호 에약 시간(17:59)이 두시간이나 남았다.
터미널로 가서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6~70여명쯤 줄을 섰다. 택시는 옆에서 많이 갔지만, 우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돈다. 그보다 다른 걱정이 더 크다.
버스가 한대 오더니 우리의 앞에서 마감이 되었다. 이제 우리 앞엔 10명쯤 서 있다. 이제 버스가 언제 오려나? 20분쯤 기다렸을까? 버스가 왔다. 우리는 앞에 서있었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왔다. 역전 까지 40분이 걸렸다. 우리 기차가 한시간도 더 남았다.
그때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어떤 사람이 주워서 교통을 정리하는 봉사자에게 주었는데, 그 봉사자가 파출소에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참 착한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 좋은나라다.
집사람은 좋아서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런데 찾으러 갈 시간은 모자라고, 착불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다. 주소는 신분증에 적힌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참 주변 모든 사람들이 착해 보였다. 매스콤을 보면 별별 사건들이 많은데, 착한 소시민이 훨씬 많은 것이다.
재원이에게 카드 정지를 해제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카드 번호를 몰라 정지 신청을 못했단다. 그래? 마침 잘되었다. 찾았으니 되었다고 기쁜 소식을 전했다.
절로 기분이 좋아져 대합실 의자를 찾다가 옆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코너로 갔다. 거기서 생과자와 커피를 하나 시켜놓고 자리를 잡아 차지하고 앉았다. 40분쯤 앉아 있었을 게다. 노인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안될것 같아 나와 플랫폼으로 갔다. 그리고 기차가 와서 타고 기막힌 내장사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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