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좋아졌다
대전 백화점에 가서 커피를 샀다. 좀 크지만 대전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어서, 1.13kg짜리를 샀다.
집에 와서 개봉을 위해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커피 가루가 아니라 보리 알갱이처럼 생긴 원두인 것이다. 어떻게 그걸 내려먹을 수 있는가?
아무리 봉투를 살펴보아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아차! 주의 깊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반품을 해야 하나? 생각도 해 보았지만 차비와 노력을 들여가며 다시 가기도 비생산적이었다.
고민을 하다가 설아에게 전화를 했다.
상표를 묻기에 스타벅스라 했더니, 논산의 스타벅스에 전화를 해 보겠다며 기다리란다.
잠시 후 전화가 왔는데, 개봉을 하였느냐고 물었다. 개봉을 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행이 개봉을 하지 않은 상태면 갈아준다는 이야기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가 보라는 말이었다.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은 설아가 논산에 있을 때, 자주 가서 도서관처럼 공부도 하다 오던 곳이다.
이튿날 아침 집사람이 성당에서 연수를 갔다. 나도 이내 종이가방을 준비하여 커피와 크린랩을 상자채 넣고 스타벅스에 갈 채비를 차렸다.
가지고 나가려다 “아차 스타벅스의 첫 손님이 커피 원두를 갈아 달라?”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 오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커피를 갈아달라면 사례를 해야 할 것 같아 설아에게 또 전화를 해 보았다.
괜찮을 것이라는 말이다. 일하는 사람들도 어차피 고용된 점원이라, 그런 건 서비스 차원에서 해 주는 것이란다.
참! 젊은 애들이란!
우리와 생각이 좀 다르고 참 두뇌가 빨리 돌아간다.
12시가 되어 찜찜한 마음으로 준비한 종이가방을 들고 걸었다. 커피전문점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다.
들어가 카운터로 갔다. 사실이야기를 하고 갈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어제 설아의 전화를 받은 사람인가보다.
커피를 끓일 수 있는 기기를 물어보았다. 집에 있는 커피내리는 기기를 설명해 주었다.
알았다는 듯, 갈아주겠단다. 사례비를 물으니 그냥 해 준다고 자리로 가서 기다리란다.
봉지가 모자랄 것 같아 크린 랩을 가져왔노라 했더니 그 봉지에 다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메리카노 하나를 시켰다. B-62번이라며 다 된 뒤에 부른다는 것이다. 준비하는 시간에 남자 점원이 커피도 갈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부를지 몰라 모니터라도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처음 온 집이라 어리둥절했는데 설아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려고 전화를 거는 도중에 카운터에서 무슨 말을 했다. 전화를 받기도 전에 끊고 카운터로 가 보았다 내 커피가 나온 것이다. 갈았던 커피도 그 봉투에 넣어 테이프로 봉하여 같이 내놓는다. 이렇게 쉽게 해결 되는 걸 걱정을 했다.
집에까지 들고 갈 만큼 마시고,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나섰다. 문을 나서려다 다시 카운터로 갔다. 점원들이 이상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 나가려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아하, 괜찮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살금살금 걸었다. 커피가 엎질어지지 않도록…….
뉴스를 들으면, 참 각박한 세상에서 이런 일도 있구나?
젊은 사람들이 고맙고, 기분이 참 좋았다.
갑짜기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출발하여 스타벅스에 도착하고, 커피를 갈고, 커피 한잔을 마시다 말고, 담아서 좋은 맘으로 집까지 걸어오는데 40분이 걸렸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 글을 쓴다.
그리고 나의 글 솜씨가 없어 이 좋은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