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하는 경쾌한 카메라 셔터 소리에 헤어나올 수 없는 묘한 전율을 느낀다.
학교 선생님들로 구성된 논산교원사진연구회(회장 임희중) 소속 16명의 회원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만큼 생생하고 진솔한 자연 속의 모습들을 포착해 사진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얼음이 녹아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듯한 계곡모습과 바닷가 한가운데에 떠 있는 고깃배에서 그물을 끌어올리는 노(老)어부의 깊게 패인 주름살 등등….
이들은 사진 한장으로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오묘한 매력에 푹 빠져 주말이면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무작정 길을 떠난다.
정기적인 모임은 한달에 한번이지만 계절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 등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해 회원들은 수시로 촬영여행에 나선다.
차를 몰고 조금만 나서도 촬영 소재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임희중(56·논산 반월초등) 회장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평범해 보이는 자연현상들이지만 실제 카메라를 들이대면 색다른 모습들이 숨어 있다"며 "사진을 통해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즐거운 작업에 모두 흠뻑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가까운 근교뿐만 아니라 일년에 여름과 겨울 두 차례 2박3일간 특정 지역을 정해 촬영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보다 깊이 있고 집중적인 촬영이 가능한 이런 동·하계 촬영회를 거쳐 가끔 수작이 탄생하는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 회원들과 함께 갔던 경북 영덕에서 임희중 회장은 조업 나가기 전 어부의 모습을 담은 '생업'이란 작품으로 작년도 충남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사진 속에 좀더 다양한 모습을 담기 위한 이들의 욕심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 촬영여행을 떠나게 하기도 한다.
지난 95년 중국과 97년에는 베트남으로 각각 떠나 현지에서 촬영을 한 것.
특히 이 때는 부부동반으로 여행과 사진 촬영을 겸해 툭하면 촬영을 떠나 집을 비우기 일쑤였던 별난 남편(?)들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부인들에게 서비스를 베푸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 6명으로 1988년 첫 모임을 가진 논산교원사진연구회는 모임 결성 수개월 만에 창립전을 열었고 이후 해마다 정기 회원전을 여는 등 녹록지 않은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달 15일에서 18일까지 논산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14회 회원전'에는 회원들 모두가 3점씩 작품을 출품해 총 48점이 선을 보였다.
취미로 손대기 시작한 사진이 이제는 공개적인 작품 전시회를 해마다 꾸준히 열 수 있을 만큼 만만치 않은 '내공'이 쌓인 것이다.
v게다가 각종 사진전에서 입선이나 특선 등 회원들이 상을 받은 내역만 해도 일일이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집에서 아기 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또는 학교 내에서 교육자료를 만들기 위해 사진에 입문했지만 이제는 사진 작가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일정 수준에 도달한 것.
하지만 정작 이들이 사진으로 인해 가슴 뿌듯함을 느낀 경우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사진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인 기록성이다.
"정년퇴임하는 교장 선생님께 그 분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을 모아 사진첩으로 선물했을 때 연신 사진을 쳐다보시며 눈시울이 붉어지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학교 내의 크고 작은 행사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늘 카메라 셔터를 눌러가며 일상속의 작은 것들을 사진에 담아 놓는다는 오영걸(40·기민중) 회원이 밝히는 가장 보람됐던 순간이다.
또한 졸업 후 학교를 찾아 온 옛 제자에게 학창 시절 찍어 놨던 오래된 사진을 보여 줬을 때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자신의 앳된 모습을 보며 감격해 하던 졸업생의 환한 표정도 눈에 선하다고 한다. <論山>